인류의 행복한 정원, 파라다이스
대한생명 빌딩, <PARADISE> James Rosenquist
한화호텔&리조트 63점 문화마케팅팀 고가홍
"무심코 지나다니던 곳에 이처럼 유명한 작품이 있을 줄 몰랐다. 불타오르듯 화려한 색채 속에 하늘로 솟구칠 듯, 사각 틀 밖으로 나와버릴 듯 그림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유난히 붉은 기운이 좌중을 압도할 듯한데. 이 작품이 앤디 워홀과 함께 팝아트의 거장으로 꼽히는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그림이라는 것을 수백 번은 이곳을 지난 후에야 알았다. 포인트마다 다이아몬드 가루를 흩뿌려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감상에 젖어본다."
<PARADISE> James Rosenquist
이 낙원 이미지는 자연과 여자, 화려하게 반짝이는 환상적인 색채, 여러 이미지의 풍요로운 겹침 등으로 이루어졌다. 여러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콜라주로 겹쳐놓았는데, 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나, 공통점이 없는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현대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 이미지들은 더없이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인공적인 화려함으로 반짝이고 있으며, 가볍고 관능적이다.
<파라다이스>란 제목의 이 작품은 미국작가 로젠퀴스트의 그림이다.
역사 속 모든 문명권은 각자가 설정한 낙원을 예술로서 이미지화했다.
사람들에게 낙원이란 이미지가 없다면, 꿈이 없다면, 현실의 삶을 견디기 어렵기에 그랬을 터. 서양에 파라다이스를 상징하는 에덴동산이 있다면 동양에는 산수화가 있다. 무병장수하며 자연 속에서 게으르게 사는 삶이야말로 지극한 행복임을 표현한 산수화에 담긴 인류의 염원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의 낙원이란 종교나 신화 속 세계보다는 자본주의 사회가 약속해주는 물질적 풍요와 부, 대박에의 꿈이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돈과 상품, 몸들과 얽힌 파라다이스인 것.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파라다이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잡은 광고 이미지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삶, 또 다른 욕망과 세상, 다른 몸을 꿈꾼다. 현대의 파라다이스에 가기 위해 우리는 광고 속 이미지를 열심히 소비하거나 몸 바쳐 소유한다. 로젠퀴스트가 보여주는 이 낙원 이미지는 자연과 여자, 화려하게 반짝이는 환상적인 색채, 여러 이미지의 풍요로운 겹침 등으로 이루어졌다. 로젠퀴스트가 뉴욕에서 미술수업을 마친 후 먹고 살기 위해 한 일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상업 간판을 그리는 일이었다. 워홀이 구두 디자이너였고 드 쿠닝이 페인트공이었던 것던 것처럼. 4년 동안 상업 간판을 그렸던 그의 경험은, 이후 광고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대형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우선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큰 화면에 그림을 그렸다. 때문에 작품은 벽에 걸렸다는 느낌보다는 벽화처럼 환경에 자연스레 속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거대한 패널화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소재들은 한결같이 1960년대 미국 물질 문명에서 가져온 모티프들의 배치이자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다. 그가 즐겨 사용했던 일상용품 이미지들은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게 되거나, 너무 진부해서 쉽게 잊힐 것들’이었다. 그는 이런 이미지들을 추상화 기법과 대형 광고판 제작 기술을 활용해 몇 개의 연속 패널에 그리거나, 영화관의 와이드 스크린을 연상시키는 장대하고도 매력적인 환영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의 그림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풍요와 대량생산, 선정적인 판매수단 등의 풍조를 익살맞게 꼬집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업을 통해 이룩된 삶의 윤택함과 편리함이 불화 없는 삶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도 천연덕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엄청난 볼거리를 안기면서도 사실은 매우 위협적이고 치명적이다. 그렇다. 로젠퀴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파라다이스인 동시에 비인간적인 이미지이기도 한 동시대 광고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현대사회는 파라다이스인가, 파괴적인 이미지인가.
글_박영택 미술평론가
사진_이승준 1839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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