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데이즈 :: 환경운동가 된 광고쟁이.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 윤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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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개성 넘치는 예술가, 도포자락 휘날리는 도인들, 이색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인들까지 세계의 문화들이 한국의 정서와 어우러지는 명소죠. ^^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연 또한 참 재밌는데요. 많은 기인 중에서도 특히 일요일 인사동 거리에서 티셔츠에 녹색 그림을 그려주는 ‘티셔츠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넉넉한 시선을 가지신 윤호섭 할아버지는 소탈한 외향과는 달리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십니다.

196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후 합동통신 광고기획실(현 오리콤)을 거쳐 대우 기획조정실 제작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디자인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셨죠. 1991년 세계잼버리대회 이후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92년부터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계세요.

인사동에서 헌 면티셔츠 위에 친환경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수년째 해오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민간단체에 환경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시각디자인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환경전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콩 잉크로 쓴 재생지 명함은 있고 냉장고는 없는 사람.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있을 법한 미래와 과거를 담은 <파라다이스>의 서문을 이렇게 열었는데요.

    '어떤 현실이 미래에 존재할 수 있으려면, 누군가 오늘 꿈에서 그 현실을 보아야 한다'

정확하게 현실을 보는 것은 핑크빛 붓을 들고 미래를 물들이는 것보다 불편한 일입니다. 그렇게 살아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주변의 재잘거림도 흘려야 하고, 생각과 행동을 한 결로 다듬어야 하며, 막연히 내일은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도 묻어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환경이 처한 현실을 꿰뚫는 윤호섭 교수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도, 지금의 현실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일도 의미가 없어요. 비난은 비난을 불러일으키죠. 지금, 현실을 모두 품어 안고, 지금의 위치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나는 보이는 것으로 소통하는 '디자인'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이니 학생들이 환경을 염두에 두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잘 안내하는 것이 역할이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린이며 친환경이라는 화두를 접하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부터 그는 이미 환경을 고민하는 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주변에서 환경을 아프게 하는 물건은 찾기가 힘들죠.

친환경 재생지로 만든 명함에는 콩으로 만든 먹색 잉크를 사용해  직접 그린 환경 아이콘이 새겨져 있고 그 위로 볼펜으로 쓴 윤호섭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물론 명함이 담긴 명함첩도 세월이 흐물흐물하게 묻어나는 헝겊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냉장고 없는 일상을 살며, 당연하게 자전거와 버스를 이용합니다.

"냉장고 없이 사는 게 별것 아닌데, 그 부분만 언론에서 크게 부각하는 것이 좀 불편해요.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길이 나에게는 편하기 때문에 걷고 있는 것 뿐인데 말입니다. 상업 디자인에 몸 담으면서도 오랜 시간 환경이 내 중심에 없었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염두에 두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환경운동가가 된 광고쟁이, '그린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

광고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호섭 교수, 상업의 최전선인 광고업계에서 살던 광고쟁이인 그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계잼버리에서 만난 한 일본인 학생과 대화 때문이었답니다. 이후 한국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고픈 마음에 하나 둘씩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지식인들은 이미 많은 것을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자신의 DNA로 전환되지 않으면 지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고 이후에는 학교에서 광고디자인 강의를 했죠. 교수로서 교과과정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가르치는 데 있어 제자들에게 친환경적인 부분을 고취하고, 이에 따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환경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광고는 대량 생산품의 대량 판매를 유도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광고를 하다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그는 광고의 순기능이나 전달 기법 등을 통해 환경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 가면 하얀 면 티셔츠에 친환경 녹색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티셔츠 할아버지'로 변신하는 것도 이러한 형식의 캠페인도 광고인으로 살던 그 다운 발상인 것이죠.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이기에 매주 인사동을 찾는 일은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 다음 세대잖아요. 현재가 있으니 미래가 있는 것처럼 우리가 미래의 존재 요건이 되는 숲이나 흙 등의 자원을 파괴해 버리면 미래가 없어지는 것과 똑같죠. 미래가 없다면 희망이 없다는 뜻이고 현재 또한 무의미할 수 밖에 없으니 어떤 순간에도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환경특별전시회, '공존을 위한 균형'을 보러 오세요~!


2011년 4월 2일부터 7월 3일까지 3개월 남짓 고양아람누리의 아람미술관
에서는
'공존을 위한 균형'이라는 주제의 환경특별전시회가 열립니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에너지로 묶여 있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공생의 관계임을 말하는 전시회에는 세상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주었으면하는 윤호섭 교수와 제자들의 녹색 꿈이 묻어납니다.

“우리는 몸의 일부처럼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행성 위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래 자연의 일부였던 우리들은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아름다운 공존의 고리 밖으로 빠져 나와 이 행성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들을 하고 있다…”
(윤호섭 교수가 국민대 제자들과 함께 기획한 전시회의 소개 전문 中)

10여 년 전에 박스로 만든 방석(그와 제자들은 이 방석을 실제로 10여 년 동안 사용해오고 있죠) 위에 누구나 펼쳐볼 수 있도록 아무렇게나 얹어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남김없이 뺏긴 나무>라는 동화책 두 권, 조카의 낡은 신발을 버리는 것이 조카의 미래를 포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신발에 꽃을 심었다는 <아기 신발 화분>, 펭귄 가족을 구하는 모습을 블록으로 연출해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쌓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한 <펭귄 타워>….

제자들이 환경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윤호섭 교수님의 진심은 작품 하나하나에 소중히 담겨 있었고, 공존이 무엇인지, 균형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아이들은 전시장 안에서 즐겁게 놀며, 자연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단어장에 '공존'을 쓰면서 '환경'이라는 말도 함께 기록하겠죠?


"약자를 위한 삶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윤호섭 교수는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생이 유한하다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사랑만 하며 살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며. 윤호섭 교수는 꿈을 꿉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듯 한 사람을 어떠한 잣대도 들이대지 않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나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 자유를 가지고 싶습니다.숲에 가서 나무를 보면서 어떤 나무라고 판단하거나 정의내리지 않잖아요. 하지만 숲에서 내려오면 지나치는 한 명 한 명, 가까운 사람들의 말 한마디도 나의 잣대로 평가하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입력되면 오만한 눈초리를 갖지요. 이것이 인간의 습성입니다. 남을 판단하는 잣대가 자유로울 때 저 또한 자유를 얻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기위해 하루하루 거울 속의 제 눈빛을, 제 자아를 들여다봅니다."

치열하게 사는 그이기에 미래에 대한 포부도, 꿈도 거창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시골에서 자신의 강의가 듣고 싶다면 몇 사람만 있는 곳이라도 찾아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그입니다. 환경운동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말합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많은 것을 가진 듯 보이는 분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제게 묻더군요. '약자를 도우며 사세요’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자신이 약자라고. 큰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약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넨다면 이 세상은 유토피아로 변할 수 있습니다. 늘 자신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사는 삶을 살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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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호섭교수님 , 大宇그룹에도 근무하셨었는데 환경운동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군여...

  2. "남을 판단하는 잣대가 자유로울 때 저 또한 자유를 얻게 되겠지요"
    이 글귀가 가슴에 와 닿네요...

  3. 예전에 윤호섭 교수님을 모셔 환경티셔츠 그리기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열정, 그리고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도 정말 좋았어요.
    조금더 친근하게, 조금더 편안하게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4. 지식은 행동으로 옮길때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말, 가슴 깊이 새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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